조중동, ‘국민’이냐 ‘이명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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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다시 ‘이명박 구하기’에 나섰다.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공영방송 지키기’, ‘의료 민영화 반대’ 등 민주주의 전반의 의제로 확산되자 긴장한 모양이다. 조중동은 ‘광우병 범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를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공영방송을 음해하는 데 나섰다. 이렇게 하면 ‘시민’과 ‘운동권’을 분리시키고, ‘촛불의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여긴 듯하다.

대책회의를 향한 유치한 ‘붉은 칠하기’
13일 조중동은 입을 맞춘 듯 일제히 사설을 실어 대책회의를 비난했다.

<정부 퇴진 국민항쟁 벌이겠다는 ‘광우병 대책회의’의 정체>(조선일보)
<헌정 파괴하고 ‘인민 정부’라도 세우겠다는 건가>(동아일보)
<정권퇴진 요구하는 국민대책회의의 오만>(중앙일보)

조중동은 제목만 봐도 이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뻔히 보이는 사설들을 실었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대책회의에 ‘붉은 칠’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진보연대를 ‘대표적 친북 단체들이 연합해 만든 단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참여연대의 정체성을 ‘청와대로 가자고 선동한 사람이 간부로 있는 단체’라는 한마디로 규정해버렸다.

촛불집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헌법제1조’라는 노래의 작곡가가 1992년 시국사건에 연루됐다고 언급한 대목에 이르면 실소를 참을 수 없다. ‘헌법제1조’라는 노래는 2004년에 만들어졌고, 가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단 한 문장이다. 조선일보는 대책회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음악가의 지난 이력까지 들먹여 대책회의에 붉은 칠을 시도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뜬금없는 ‘파리코뮌’으로 사설을 시작했다. 어디서 찾아냈는지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를 ‘민중봉기’로 규정하고 민중이 ‘기존 헌정질서’에 포섭되기 전에 ‘혁명적 코뮌’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인터넷상에 띄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책회의가 이런 주장을 펴기라도 한듯 대책회의를 향해 ‘광화문 코뮌’이라도 세우겠다는 것인가”라며 몰아붙였다. 또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과연 그들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국민들을 질타했다.

중앙일보는 조선, 동아일보보다 교묘한 방식으로 대책회의를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국민대책회의 내부에서조차 정권퇴진 투쟁 방침을 놓고 이견이 있다’, ‘6.10 집회를 고비로 새롭게 터져나오는 국민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정권 퇴진 투쟁을 얘기하더라도 그건 국민이 결정할 일이다’ 등등 대책회의의 대표성을 문제삼고 정권퇴진 투쟁의 불순함을 부각하려고 애썼다.

14일에도 중앙일보는 1면 톱으로 <MB정부 개혁과제까지 반대 투쟁>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대책회의가 “의료·공기업 민영화, 물 사유화, 교육 개혁, 대운하 건설, 공영방송 사수 등 5대 의제를 결합해 촛불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대정부 투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대책회의가 제시한 5대 의제 가운데 대운하 건설을 제외하곤 모두 현 정부의 “핵심 개혁 과제”라고 설명, 대책회의가 이명박 정부의 개혁을 발목잡는 것처럼 몰았다.

조중동, 무슨 야심있어 공영방송 이렇게 흔드나
한편 지난 11일 KBS에 대한 특별감사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네티즌들의 촛불이 공영방송 지키기로 확산되었다. 그러자 조중동이 공영방송 공격에 나섰다. MBC, KBS의 보도가 ‘편향적’이며, KBS 사장의 임기 보장이 공영방송 지키기와 관계없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동아일보가 그 ‘선봉’에 섰다.

12일 동아일보는 <“뉴스 앵커가 선동적 멘트”>라는 기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와 관련해 MBC의 보도가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며 네티즌 3명의 의견과 ‘구국, 과격불법 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라는 카페의 주장을 소개했다.

이날 사설 <MBC 편파보도, 방통심의위가 가려야>에서는 MBC의 보도태도에 항의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잇따르고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고 비판하면서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는 엄정한 심의로 이런 주장과 논란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가 나서 방송보도를 제재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13일에는 <“촛불이 KBS 지켜줄 것” KBS PD협회 광고 논란>이라는 기사를 싣고 KBS PD협회가 11일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공영방송을 지켜달라’고 광고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14일에도 동아일보는 <‘정연주 구하기’는 KBS 살리기 아니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네티즌들이 KBS 특별감사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나서고,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노골적으로 ‘정연주와 KBS 살리기는 관계없다’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는 12일 <‘촛불이 KBS 지켜줄 것’ 광고 논란>에서 “최근 KBS의 직원용 내부 게시판에는 ‘PD협회 집행부는 편향성을 내던져라’는 내용의 성명서가 올라오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13일 사설 <KBS, 촛불 끌어다가 무슨 엉뚱한 짓 벌이나>에서는 KBS의 ‘KBS스페셜’, ‘한국사회를 말한다’, ‘미디어포커스’, 드라마 ‘서울 1945’ 등을 다시 들먹이며 KBS의 ‘편파성’을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14일 <26면 촛불에 편승하는 이익단체들>이라는 사설을 통해 “왜 공영방송 궤도를 수없이 이탈했고, 걸핏하면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달라는 KBS를 촛불이 지켜줘야 하느냐”며 공영방송 살리기에 나선 네티즌들을 몰아세웠다.

‘촛불 의제’ 확장의 배후는 이명박 정부
조중동은 교육, 의료, 공기업 민영화 등의 문제를 대책회의가 억지로 끌어들여 ‘건강만’ 생각하고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의 촛불을 엉뚱한 곳에 악용하고 있다고 몰아붙인다. 그러나 조중동의 이런 보도가 시민들을 더욱 화나게 할 뿐이다.

‘이명박 퇴진’ 구호를 비롯해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학교자율화 조치’, 의료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시민들로부터 나왔다. 최근 ‘촛불의제’가 공영방송 지키기로 급속하게 확대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KBS 장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고 무리한 결과이다.

또 조중동이 KBS, MBC를 흔들면 국민들은 ‘조중동이 이렇게 나오는 걸 보니 공영방송을 꼭 지켜야겠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이명박 퇴진’ 구호 역시 시민들로부터 나왔다. 조중동이 목소리 높여 비난하는 ‘재협상 없으면 정권퇴진도 불사하겠다’는 대책회의의 발표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자, 국민들의 ‘정권퇴진 투쟁’ 목소리에 대한 고민이 담긴 표현이라고 본다.

중앙일보는 ‘정권 퇴진 투쟁을 얘기하더라도 그건 국민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대책회의가 ‘정권퇴진 투쟁’에 나설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은 국민들의 뜻을 묻는 과정이 될 것이다. ‘정권퇴진 투쟁’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조중동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회의가 막무가내로 ‘정권퇴진’을 주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조중동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보기에 지금 조중동의 형편은 ‘제 코가 석자’다. 그동안 ‘촛불의 위세’에 눌려 조중동의 보도 태도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최근 며칠 동안의 보도로 ‘역시 조중동’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조중동은 선택해야 한다. 진정으로 환골탈태할 것인지, 아니면 ‘이명박 정부 구하기’에 앞장설 것인지. 조중동이 끝내 후자를 선택한다면 국민이 조중동을 버릴 것이다. <끝>



2008년 6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