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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자료/火나는 뉴스

한류우드와 562돌 한글날(경기방송 라디오 칼럼)


 

한류우드와 562돌 한글날

이주현(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지난 2005년, 경기도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한류우드는 고양시 일대 약 100만㎡에 조성되고 있는 한류문화시설과 테마파크, 호텔, 주거시설이 포함된 복합엔터테인먼트 단지입니다. 무려 2조 8천 100억 원을 투자하여 차세대 문화 전시산업의 메카를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규모의 한류 본산을 세운다는 계획입니다. 이러한 계획을 뒷받침할 사업들이 착착 진행되고는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등 상업시설이 들어설 제2구역에 대한 부지공급계약을 국내 건서업체와 외국의 투자회사 등과 체결을 했습니다. 또한 대학생이 중심이 된 한류기사단을 조직 출범시키기도 했습니다. 한류우드를 통해 연간 600여 만 명의 관광객 유치와, 연 1조 7천 518억 원의 경제효과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말 꿈같은 계획이요 전형적인 21세기 수익사업의 모델입니다만,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과 문화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입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한류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입니다. ‘한류’는 오천년간 응축되었던 한민족의 문화 잠재력을 뜻합니다. 이는 한민족 모두의 정체성이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랑스러운 자산입니다. 그러나 이를 국가 경쟁력과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부가가치일 뿐입니다. 인위적으로 연결 짓는 짓은 늘 경계해야 할 문화제국주의의 발로입니다. 인류 보편타당의 가치가 문화라는 수단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을 주변에서 인정해 준 것이 “한류”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기업의 자본을 끌어드리고 국적불명의 구조물들을 설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표출된 창조적인 가치들이 그 곳에서도 과연 가능할까, 의구심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익의 창출을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 속에는,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타당의 가치 보다 우선해야만 하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시들해진 한류 열풍과 중국과 일본에서 일어나는 한류 부작용인 ‘혐 한류’는 그런 면에서 염두에 두어야 성찰의 기회입니다.


  또 하나는 '한류우드'라는 명칭입니다. 한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결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류우드 라는 명칭은 출범 초기부터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미국의 문화제국주의의 대명사격인 할리우드를 추종하는 짝퉁 같은 국적불명의 이름에 대한 국민적인 거부감 때문입니다. 5천년 한민족의 문화적 자존심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반문화적 명칭이기 때문입니다. 명칭이란, 내용을 이해하고 그 내용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추구하는 가치를 끊임없이 담보해내는 구실을 하기도 합니다. 총사업비 3조원에 가까운 투자가 이루어지는 국책 규모의 사업에 대한 명칭은 당연히 국민의 동의를 구했어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간과했다는 것은 치적과 성과에 급급한 졸속행정의 표본이요 정책수립자의 오만이요 오류입니다.


  도무지 잦아들지 않는 명칭에 대한 문제제기를 인식한 경기도는 지난 2006년 3월 27일부터 13일간 사이버 투표 실시한 바 있습니다. 달랑, 한류우드 홈페이지에서 이루어진 사이버 투표였고, 결과는 49.3대 49.7, ‘바꾸지 말자’라는 게 0.3% 높았습니다. 이를 근거로 당분간 명칭문제는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니 기절초풍할 노릇입니다. 그 같은 사이버 투표 결과는 경인지역 언론에서는 찾을 수 없었고, 서울신문 한 귀퉁이에서 발견했을 뿐입니다. 그 흔한 토론회나 공청회, 전화 여론조사 한 번하지 않고 사이버 투표로 의견을 묻는 경기도의 독단과 아집에 아연할 따름입니다.


 사이버 투표 직후인 2006년 6월 2일, 김지하 시인으로부터 명칭변경제안을 받은 손 전 지사께서는 세계성과 민족 문화적 자부심을 고려한 새로운 명칭을 만들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이름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올 2월 27일 경기도에서는 한류우드의 정체성 확보와 확산을 위한 CI와 명칭을 공모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소식이 없습니다. 한류의 실체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흔적들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9일은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562돌 한글날이었습니다.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가 인정한 한류의 중심입니다. 열렬한 서양 알파벳 예찬자인 영국의 역사학자 ‘존 맨’은 한글을 가리켜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 알파벳"으로 꼽았습니다. 유네스코가 문맹퇴치에 공헌한 이에게 해마다 수여하는 상이 세종대왕상이라고 하는 데서도 한글의 그 우수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왕 시작된 한류우드가 그나마 국민들과 양식 있는 국내외 문화인들의 동의를 얻으려면 국적불명의 짝퉁 명칭인 "한류우드"는 자랑스러운 한류인 한글로 바꿔야 합니다. 한류의 의미와 가치를 깎아내리는 반문화적 명칭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앞 다투어 '한류우드'를 보도하는 언론이, 이를 간과하는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