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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자료/火나는 뉴스

시방새, 마봉춘, 김봉순을 아십니까?

시방새, 마봉춘, 김봉순을 아십니까?

이주현(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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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참세상(http://www.newscham.net)




혹시, 시방새 마봉춘 김봉순을 아십니까?
사람 이름처럼 보이는 호칭입니다만, 사람이름을 뜻하는 호칭은 아닙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주요 지상파 방송3사의 별명입니다. 누리꾼들에 의해 붙여진 별명들로, 시방새는 SBS를, 마봉춘은 MBC를, 김봉순은 KBS를 뜻합니다. 들으면 금방 알 수 있듯이 방송국 이름의 영문이니셜을 이용해 한글 이름을 붙인 꼴입니다. 세련미나 언론사 특유의 권위는 떨어지지만 별명이 주는 특유의 친근감이 생기는 호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 왜 세련되고 지명도 높은 방송사 이름을 놔두고 이처럼 덜 세련된 호칭을 붙이게 된 것일까요?
 
우선, 높아진 방송사의 영향력과 언론수용자들의 기대 때문입니다. 한국언론재단에서 2년 주기로 하는 언론수용자 여론조사를 최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2006년 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비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매체영향력과 신뢰도에 있어서 여전히 KBS(31.6%, 30.1%) MBC(21.8%, 21.3%)가 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방송과 인터넷, 신문 가운데 가장 신뢰하는 매체 영역에 대하여 방송은 60.7%라는 수치로 가장 신뢰하는 영역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이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매체에 대한 누리꾼들의 기대가 방송사에 대한 별명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KBS나 MBC에 비해 공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동안 그러한 행태를 보여줬던 SBS에 대하여 상대를 비하하는 듯한 별명인 ‘시방새’를 붙인 것이 바로 그 좋은 예입니다.
 
또 하나는 이제 언론수용자들이 똑똑해졌다는 것입니다. ‘불신의 정지’(suspension of disbelief)라는 말이 있습니다. 방송의 드라마를 보면서 사실이 아니라는 원칙적인 불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숨 가쁘게 전개되는 줄거리에 압도, 그 불신이 정지되고 마는 현상을 뜻합니다. 연출된 드라마를 사실로 착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고도로 각색되고 연출된 내용에 울고 웃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불신의 정지는 드라마 뿐 아니라 영상매체나 종이매체의 모든 영역까지 확대되어 언론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의 차원까지 확대됩니다. 즉 언론사의 가치와 연출자의 의도가 뒤범벅된 영상과 기사를 진실로 수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있는 언론을 진실 그대로 받아드리기엔 문제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나타나는 명제가, 그 “불신의 정지를 해제하라”는 것입니다. 방송과 신문, 인터넷을 통해 나타나는 내용들을 진실로 보기에는 세상이 너무 혼탁하다는 것, 그것을 언론수용자들이 깨닫기 시작한 셈입니다.
 
그래서인가요, 요즘 심상치 않은 언론수용자들의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보수신문의 대표로 일컫는 이른바 조중동에 대한 광고주 압박운동과 KBS와 MBC앞에서 연일 벌어지는 촛불시위가 바로 그것입니다. 누리꾼들의 판단에 의하면, 왜곡된 언론사에 대한 정당한 독자들의 주권 운동인 셈이요, 방송을 권력으로부터 지켜내자는 자발적인 ‘시청자 주권운동’인 셈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이른바 안티조선운동 이후 처음으로 조직화된 언론수용자 주권운동인 셈입니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집단지성인지 집단감성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증대되는 방송과 신문,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비판과 감시의 강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역언론이 설 자리는 그리 넓지는 않은 듯싶습니다. 그럼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내며 소외될 수밖에 없는 지역의제들을 발굴하고 공론화하려는 시도는 참 보기 좋습니다. 그러한 노력이 지역민들에게 진정성으로 와 닿게 되면 경기방송을 비롯한 지역언론들도 지역민들의 뜻이 담긴 멋진 별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왕이면 촌스럽더라도 애정 어린 별명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 99.9mhz 경기방송 라디오 칼럼, 7/13 아침8시 30분 방송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