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탄압, 부메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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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가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령했다. 방송법이 규정하는 법정 제재 중에서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방송 재허가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징계에 해당된다.
방통심의위가 <PD수첩>에서 문제 삼은 부분은 크게 3가지다. 영어 인터뷰를 오역해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제3항 및 제 14조(객관성)를 위반했고, 미국 소비자연맹과 휴메인 소사이어티 관계자만을 인터뷰해 제9조(공정성) 제2항을 위반했으며, 오역에 대한 정정 방송을 하지 않아 제17조(오보 정정)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같은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심의라는 형식을 빌린 방송통제 시도’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PD수첩>에 대한 심의는 그 출발부터 마지막까지 ‘정치심의’, ‘청부심의’였다.
지난 5월 촛불집회가 시작되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수구신문 등은 ‘방송 탓’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촛불정국의 원인이 쇠고기 굴욕 협상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실패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면서 ‘배후찾기’에 골몰했고 <PD수첩>을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로 몰았다. 특히 조중동 수구신문들은 <PD수첩>을 ‘거짓말 방송’으로 만들어 촛불을 꺼보겠다는 의도로 ‘오역문제’를 확대재생산 했다. 어디 이뿐인가. 시사고발프로그램에 대한 검찰 수사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삼성 특검에 맞먹는 5명의 검사를 <PD수첩> 수사에 배치했다.
<PD수첩>이 정권과 조중동의 ‘집중포화’를 맞는 이런 과정에서 방통심의위는 <PD수첩>의 심의 가능성을 언급했고, 지난달 24일 방통심의위 산하 방송심의소위가 ‘<PD수첩>이 공정성과 객관성 관련 심의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PD수첩>을 ‘왜곡방송’, ‘거짓말 방송’으로 만들려는 정권과 수구세력들의 의도를 방통심의위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 16일 오후 심의과정에서 엄주웅 위원을 비롯한 3인의 야당추천 방통심의위원들은 “방통심의위가 실질적으로 심의를 하지 않고 표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항의 표시로 퇴장했다. 그런데도 6명의 정부 여당 추천 위원들은 기어이 <PD수첩>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해버렸다.
방통심의위의 존재 목적은 프로그램에 대한 징계 자체가 아니다. 위원들 사이에 이견을 충분한 토론을 거쳐 조율하면서 최소한의 규제로 방송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정상이다. 일부 위원들이 심의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퇴장했는데도 시간에 쫓기듯 심의를 밀어붙이고 결국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며 위원회의 취지를 흐리는 것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서둘러 심의하면서 ‘표결처리’를 일상화 한다면 친여성향 위원이 6명을 차지하는 방통심의위가 정부에 비판적인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징계 근거와 징계 수위의 적절성도 문제다.
시사프로그램이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등 공익에 기여했고, 결론을 뒤집을만한 왜곡을 저지른 것이 아닌데도 이를 중징계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시사고발프로그램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통심의위의 ‘<PD수첩> 심의 결정 세부 내용’에 따르면 10개의 징계 근거가 제시되어 있다. 방통심의위가 지적한 <PD수첩>의 잘못된 번역을 모두 인정한다 해도, 이 때문에 <PD수첩>이 당초 전달하고자 했던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검역 주권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 지난 15일 <PD수첩>은 조중동과 방통심의위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내놓았고, 그럼에도 시청자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부 번역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다. 진행자가 ‘광우병 걸린 소’로 단정적으로 표현해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부분도 이미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사과한 내용이다.
또한 방통심의위가 “정부 측은 협상대표 한사람만 인터뷰한 뒤 동 협상에 반대하는 각 단체대표 및 전문가 등의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소개한 것, 미국의 도축시스템·도축장 실태·캐나다 소 수입·사료통제 정책 등에 대해 견해가 다른 인사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연맹이나 휴메인 소사이어티 관계자의 인터뷰만을 방송한 점”등이 9조(공정성)2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 대목은 방통심의위원들이 시사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대해 개념이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시사고발프로그램은 사안의 시비를 가리고, 진실을 추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양쪽의 주장을 똑같이 다뤄줄 수는 없는 일이다. 하물며 국민의 건강에 직결된 문제를 놓고 미국 축산업자, 도축업자 등의 입장까지 고려해 기계적 균형을 맞추라니 어이가 없다. ‘미국의 소 도축 시스템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견해를 함께 담지 않으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미국의 소 도축 문제점을 다룰 수 없다는 것 아닌가?
백번 양보해 방통심의위의 이런 근거를 다 받아들인다 해도, ‘시청자에 대한 사과’ 징계를 내린 것은 지나치다. 방통심의위 스스로 밝혔듯 시사프로그램이 이런 중징계를 받은 것은 2006년 SBS <뉴스8>가 유일하다. 당시 SBS는 소주 신제품 로고를 과도하게 노출시켜 간접광고 및 공정성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 방통심의위가 <PD수첩>에 대해 얼마나 무리한 징계를 내린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를 대리해 <PD수첩>을 ‘정치심의’, ‘표적심의’한 방통심의위원들에게 촉구한다. 국민의 분노가 두렵다면 방통심의위원 자리에서 즉각 물러나라.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 수구보수세력들은 <PD수첩> 중징계에 쾌재를 부르며 자신들의 언론통제, 방송장악 시나리오가 착착 실행되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구시대적 통제 방식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분노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언론통제 외에는 무능과 실정을 감출 길 없는 이명박 정부와 그 부역 세력들만이 이 사실을 모를 뿐이다.
국민들은 방통심의위가 <PD수첩>에 내린 ‘정치심의’를 비롯해 이명박 정권의 언론통제, 방송장악 시도를 기억하고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끝>



2008년 7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1.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지, 뭐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