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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자료/火나는 뉴스

다양한 견해들의 감옥

사진출처 : 연합뉴스

고대 그리스에서 아고라는 자유롭게 의견이 교환되는 공론의 장을 의미하였다. 오늘날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과거에는 감춰졌던 많은 사안들이 공개되고, 주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일도 활발해졌다. 온라인상의 토론방에는 상당히 논리 정연한 글부터 터무니없는 억지주장까지 각양각색의 의견이 올라온다.

미네르바의 글도 그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인터넷의 특성상 미네르바의 실체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며. 미네르바는 자신의 아이디를 매개로 하여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지목된 30살 박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검찰에 긴급 체포된 지 사흘 만이다.

박씨에게 적용될 죄명은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으로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라고 한다. 법원은 외환시장과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 그 중대성에 비춰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미 증거도 확보되었고, 도주도 하지 않을 것이니 흔하게 들어왔던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게 느껴진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렇게 쉽게 구속영장을 발부해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다.

사이버 공간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익명성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러한 익명성은 어떻게 보면 환상에 가까운 것이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거나 자신을 다르게 포장할 수는 있을지라도 누가 글을 올렸는지 전문기관에서 추적하기만 하면 그의 실체는 여실히 드러나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며, 따라서 온라인상에서 이 정도의 글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자신의 글을 공개하는 것이다.

인터넷 논객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며 그것을 절대적인 사실이라고 신봉하거나 확신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근거가 뚜렷하고 주장이 논리적이라고 해도 논객의 글은 단순히 하나의 견해에 지나지 않는다.
경 제에 대한 미네르바의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 혹은 일부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의견에 불과한 사안에 대하여 이토록 대대적으로 나서 긴급 체포하고 구속영장까지 발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앞으로 수많은 다른 견해와 주장들은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포털 사이트에서는 사이버 논객들이 자신들의 게시 글을 자발적으로 삭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활동마저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의사 개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확정된 사실과 근거가 분명한 의견만이 가능한 사회에는 발표와 지시와 전달만이 있을 뿐이며 소통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부디 다양한 견해들을 석방하기 바란다.

* 홍숙영/ 경기민언련 운영위원.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 이 칼럼은 1월 13일자 중부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