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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지역이슈

‘무더기 자퇴’가 진정한 교육인가?


‘무더기 자퇴’가 진정한 교육인가?
‘남양주 가운고등학교’ 사건의 재조사 및 해결을 촉구한다!

지난 5월, 올해 초 개교한 신설 고등학교인 경기도 남양주의 가운고등학교에서는 개교한지 석 달만에 수십 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일이 벌어졌다. 그 당시 가운고등학교는 '벌점이 80점 이상 누적된 학생은 퇴학'이라는 교칙을 두고 있었고, ‘흡연 특별 규정’을 두어 4번 이상 적발 시 퇴학 시킬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다. 이 2가지 조항을 근거로, 교칙을 어긴 학생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자퇴 및 전학 권고를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가운고등학교는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생활규칙을 인권친화적으로 개정하지도 않았고, 학생들의 의견반영 없이 학교 측에서 타 학교의 학칙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던 상태였다. 심지어 한 교사는 학기 초 운동장 조회 시간에 공공연히 ‘한달 안에 문제아들 다 잘라내겠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가운고는 억압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퇴학사건에 대해 학교 측은 “벌점이 문제가 아니라 집안 사정이나 진로변경 문제 등을 이유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교를 나갔다.”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상벌제도를 운영하는 것일 뿐 특별히 가혹하게 적용한 사실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을 당시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10일안에 자퇴서를 내지 않으면 퇴학.’이라는 식으로 사실상 자퇴를 강요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측은 절차상에 문제가 없으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자퇴서를 낸 것이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10일안에 자퇴냐 퇴학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자퇴서를 내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자퇴를 형식적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징계와 그 전후의 절차는 징계대상 학생의 회복과 복귀를 목표로 진행되어야 하며, 학교는 이러한 목표를 위해 지역사회, 보호자 등과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저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기에 급급했던 학교의 행태가 바람직한 것인가?

또한, 일방적인 징계위원회의 진행으로 학생과 학부모는 변론 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 징계위원회 당시 학교 측은 학생, 학부모에게 문서를 통해 확인시켜 주는 일 없이 일방적으로 구두로 벌점 총 합 만을 알렸다. 심지어 학교 측은 퇴학조치에 이의가 있는 학생과 또는 학생의 보호자가 조치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 또는 그 조치가 있음을 안 날부터 10일 이내에 ‘시ㆍ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서면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퇴학 조치 재심청구’ 제도나 ‘학업중단 숙려제도’를 학생들에게 알리고 시행하는 등 해당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이러한 제도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학교 측은 그 어떤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모든 학교 측의 행태는「경기도학생인권조례」에서 보장하고 있는 징계사유에 대한 사전 통지, 공정한 심의기구의 구성, 소명의 기회 보장, 대리인 선임권 보장, 재심요청권의 보장 등 징계절차에서의 학생이 가지는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한 것이다.

학교 뿐만이 아니다. 경기도교육청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치와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주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가운고를 포함하여 수많은 학생들이 강압적으로 학교를 나와야 했으며, 또한 상벌점제도의 오남용으로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음에도 학생들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저 ‘절차’만을 운운했다. 관료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감수성도 없이 벌점 목록이나 읊어주며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교육청이 할 일인가? 이번 무더기 강제자퇴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도교육청은 각 학교의 학생인권조례 위반여부에 대해서 철저하게 관리감독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말았다.

가운고등학교가 신설고등학교라는 점을 미루어 볼 때, 학기 초 학교의 일명 ‘명문고’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문제가 되는 학생들은 잡초 뽑듯 걸러내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교칙을 어기고 품행이 바르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은 가차없이 학교 밖으로 내몰렸다. 이러한 학교 측의 태도는 학교 스스로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기능을 상실한 기형적 공간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명문고’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그저 배제하고 추방하고 폭력적이어도 상관없다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교육이다. 더 나아가 왜 어떤 학생은 ’문제학생‘이 될 수밖에 없는 지를 고민하는 것이 교육이다. 일명 ’명문고‘를 위해서라면 뒤처지는 학생은 ’잘라버려야‘한다는 잔인한 방식을, 왜 지금의 학교가 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궁금해해야 한다.

제대로 된 교육을 원한다면, 오로지 배제와 추방만이 답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배움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학교 측의 결정이 ‘절차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절차’의 차원을 넘어 ‘교육’과 ‘인권’의 관점으로 이 문제를 보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것이 진정한 교육이며, 학생을 위한 일이다.

따라서 학교와 교육청은 학생들이 다시 학교에 복학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추후에 발생하는 ‘수업시수 와 진도’등의 문제는 학교 측이 자체적으로 보충수업을 진행해 수업진도와 시수를 맞추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 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청과 학교 측의 노력을 요구하는 시정조치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시급히 조치해 줄 것을 요구한다.

2011년 7월 7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