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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언론에 시비걸다

‘형사엔 개방, 시민엔 봉쇄’ KBS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형사엔 개방, 시민엔 봉쇄’
 KBS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정보과 형사의 ‘KBS 사찰’ 규탄한다


어제(12일) 4시쯤 KBS 본관 2층 라디오오픈 스튜디오 접견실 풍경이다. KBS 본관 앞에서 집회를 마친 ‘친일독재 찬양방송저지 비대위’ 소속 정동익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 등 4명의 대표와 KBS 다큐멘터리 국장, 부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백선엽-이승만 다큐’와 관련한 면담 자리였다. 문제는 면담 직전이었다. 비대위 대표단이 그 자리에 배석한 형사를 발견하고, “여기에 왜 경찰이 들어오느냐, 나가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사측 답변이 가관이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우리 직원들이다”라고 한 것이다. 비대위 대표가 다시 한번 그 형사를 가리키며 “당신은 KBS 직원이 아니라, 영등포경찰서 형사 아니냐?”라고 묻자, 그제서야 “경찰 맞다”고 시인하며 회의장을 나갔다.

이 어이없는 상황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어떻게 KBS 사무실에 정보과 형사가 제집 드나들듯 들어올 수 있을까? 어떻게 KBS 사측은 정보과 형사를 KBS 직원이라고 감싸는듯한 발언을 할 수 있을까? 그 형사는 오랫동안 KBS를 담당해와서 사측 관계자가 형사의 얼굴을 몰랐다고 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 형사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정보 수집의 과정으로, KBS는 국가기관 방송으로 공적인 공간이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거 아니냐,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KBS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다는 말이다. 경찰이 KBS의 정보를 수집해서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경찰의 정보 수집은 경찰 자체의 목적이 아니라 경찰청 차원에서 취합해서 결국 청와대로 보고될 것이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청와대는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고 조종하는데 사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사측은 정보과 형사의 출입을 허락해주고 권력이 KBS를 장악하고 조종할 정보와 수단을 취합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보과 형사가 어떻게 KBS를 출입하는지, 허용 당사자와 절차를 사측은 밝혀라. 당사자를 당장 문책하고 오늘부터 정보과 형사의 KBS 출입을 당장 금지하라. 이같은 선언을 공개적으로하지 않으면 KBS 사측은 앞으로도 경찰의 사찰을 허용하는 집단으로 간주하겠다.

바로 그 순간 KBS 본관 앞에서는 반대의 풍경이 벌어졌다. 집회를 해산하고 비대위 대표자들이 면담을 하러 KBS에 들어간 사이, 독립운동단체 소속 어르신 10여명이 면담 결과를 기다리다 KBS 본관 화장실에 들어가려다 저지당했다. KBS 사측은 청원경찰을 동원해 “여의도공원쪽 화장실을 사용하라”며 출입을 봉쇄했다. 본관 로비에서 커피 한잔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이미 집회는 해산했는데도 그렇다. 독립운동단체 소속 어르신들이 KBS를 점령이라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정보과 형사는 KBS를 마음대로 드나들고, 독립운동단체 소속 회원들은 화장실 사용도 허락되지 않는 KBS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KBS가 KBS 직원만을 위한 사유화된 공간인가? 무슨 면목으로 수신료를 달라고, 수신료를 인상해달라고 손을 내밀 수 있는가! KBS 사측은 제발 정신차려라. ‘도청 의혹’에 ‘백선엽 다큐’, ‘사찰 허용’...도대체 어디까지 KBS를 수렁으로 빠뜨리려고 하는가! KBS의 앞날이 진정 두렵다.

2011년 7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