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일보> 9월 16일자 사설


평화통일교육에 진보단체가 나서면 왜 안 되나?
 
이주현(경기민언련 공동대표)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기본부(이하 6·15 경기본부)가 경기도내 초.중학교 평화통일교육 전담 기관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6·15 경기본부는 올 9월부터 12월까지 경기도내 평화통일교육을 희망하는 초등학교 140곳과 중학교 59곳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예정으로, 지금까지 20여개 초.중학교가 6·15 경기본부 강사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이와 관련하여 조중동을 비롯한 도내 일간지의 보도는 일제히 “편향적 통일교육”으로 보도하며 이에 대하여 비판적인 학부모와 도의원의 질의 내용을 중점적으로 인용 보도하였다.
 
9월 15일치 조선일보는 <통일교육, 진보단체가 전담 논란>으로 제목을 달면서 6·15 경기본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을 인용, 극단적 대북관을 지적하였다. 동아일보 역시 <경기도교육청, 통일 교육기관에 진보단체 선정>이란 제목을 달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해온 대표적인 단체”로 이념적 편향성을 지적했다. 경기일보는 “평화통일교육, 이념도 정치도 빠져야”란 사설(9월 16일자)에서 “6·15 남측위의 통일이념”이 강의에 적용될 게 뻔하다“며 “그런 단체는 불특정 다수 학생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앞서 9월 15일자 보도에서는 “치우친 통일교육 안 돼”라는 제목으로 “줄곧 정부의 통일 정책에 반대 입장을 피력해 오던 진보성향의 단체”라며 이념적 편향성을 부각시켰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곽노현 교육감의 기소와 관련 진보교육감에 대한 보수언론의 집중적인 타깃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진보교육감의 정책에 대하여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독자들의 관심사항이긴 하지만, 이러한 내용의 보도는 단순 사실 보도를 넘어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했다. 교육청 관계자와 6·15 경기본부 관계자의 해명성 멘트를 달긴 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독자들은 편향된 보도의 내용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번이라도 강의안을 읽어보던지, 아니면 현장을 방문하여 들어보고 교육의 편향성을 논했어야 옳았다. 강의안의 내용보다 평화통일교육을 위탁받은 단체의 성향을 문제 삼는 것이야말로 신성한 평화통일교육에 이념적 색칠을 하는 꼴이 안니가?
 
6·15경기본부는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 간의 만남으로 이뤄진 남북 간의 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단체와 인사들이 모여 조직된 합법적인 순수 민간단체다. 이 단체가 편향된 교육을 하는 단체로 규정된 것은, 이념적 통찰과 지적 성찰이 결여된 이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다. 두 정상 간의 선언이자 세계적으로 공인된 내용을 지지하는 게 왜 편향적인 단체인지, 보수단체에서 규정한 내용을 숙고 없이 덩달아 베껴 쓰는 행위는 언론이 취해야 할 태도는 분명 아니다. 적어도 논란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 생각이 있었다면, ‘바람직한 평화통일교육’에 대한 사례 중심의 보도를 먼저 준비했어야 옳다.
 
이 시대 통일과 평화라는 화두는 우리 삶의 근거를 규정하는 주제이자 반드시 풀어야 할  중요한 민족적 과제이다. 우리 후손에게 더 이상 동족상잔의 비극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민족적 합의가 선행되었기에 남북 모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그 교육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작년 6·25전쟁기념일 즈음해서는 80년대의 ‘똘이장군’을 연상하게 하는 만화를 나누어주고 독후감을 써오라는 초등학교가 있었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다시는 후손에게 물려줘서는 안 될 수치스러운 유산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증오심과 대결을 부추기는 내용보다는 극복 방안을 가르쳐야 옳은 것 아닌가? 경제적 우월감을 고취시키기 위해 굶주리는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평화통일교육인가? 오늘날 평화통일교육이 안보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정황들이다.  
 
이질감은 증오심을 조장하게 마련이다. 그것을 극복하자는 교육을 이념적 편향의 잣대를 들이대며 시비를 거는 모습은 언론에 앞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