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주(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언제부턴가 경기일보에서 매일 아침 이메일로 그 날의 주요뉴스를 보내줍니다. 제가 보내달라 등록한적 없는 것 같아서 스팸으로 등록시킬까 하다 그냥 두었지요. 엊그제(9일)도 어김없이 뉴스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제목과 같은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싹수 노란 청소년들 잘못 훈계하다 낭패’

 

그냥 청소년들도 아니고 ‘싹수가 노란’ 청소년이라는 헤드라인까지 붙힌 이 기사의 내용이 무얼까 궁금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60대 아저씨가 길에서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을 나무라다 급기야 싸움까지 번져 경찰에 입건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 주변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죠. 우스갯소리로 ‘요즘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 잘못 건드리면 큰일난다’고 하면서 그런 청소년들을 봐도 그냥 지나간다고들 합니다.

 

문제는 이 기사의 제목입니다. 기사내용에는 ‘싹수’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있다면 기자가 판단하기에 ‘담배피우는 청소년’들은 ‘싹수가 노랗다’는 주장일 뿐이지요. 이렇게 자극적인 기사 제목은 한마디로 ‘낚시용’이겠지요. 하지만 낚시도 가려서해야 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싹수가 노란’ 어른들이 어디 한두명입니까.

 

얼마전까지 대구에서는 넉달동안 7명의 청소년들이 자살을 했습니다. 지난해 자살한 청소년들은 모두 150명이라고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집계했습니다.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도 자살입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합니다. 기사에서 표현하듯이 ‘싹수 노란 청소년’들이 부지기수로 널려있습니다. 이들의 싹수를 노랗게 만드는 건 어른들입니다. 청소년 자살의 가장 큰 이유는 학업성적과 학교폭력입니다. 경쟁을 부추기며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성공’한 것처럼 가르치는 게 지금의 입시교육 아닙니까? 이 살인적인 교육제도를 더욱 확대시키는게 이 나라 정부이고 교육행정기관들 아닙니까?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거나 혹은 자기 동료학생을 괴롭히는 이 일련의 ‘싹수 노란’ 행동들의 원인이 단지 청소년 당사자의 선택의 문제입니까?

 

담배를 피운 그 청소년 그리고 그것이 잘못됐다며 훈계(?) 하셨다는 그 60대 아저씨 모두 피해자입니다. 우리의 시선은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행위’와 ‘어른한테 개기는’ 그 행위만 보아서는 안됩니다. 더더군다나 많은 이들이 읽는 신문에서 이따위 제목의 기사를 갖다 붙이는 행위는 ‘명예훼손’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나저나 오늘(11일) 경기일보 기사에는 이런 기사가 눈에 띄는군요.

‘살 빼려면 뚱뚱한 친구를 멀리하라’

 

이런 기사와 제목을 뽑는 경기일보 데스크의 싹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