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문(경기민언련 상임대표)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재판관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는 사생활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판단을 하고 위헌결정을 내렸습니다.

 

일인 평균 이용자가 10만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 게시판 사업자와 국가기관, 지자체, 그리고 이에 준하는 기관에게 부과되었던 ‘본인확인조치’ 의무는 사라졌습니다. 이용자들은 이번 위헌 판결로 인해 더 이상 실명 및 주민등록정보를 입력하지 않고도 대형 게시판에서 글을 쓰고, 댓글을 남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각각의 서비스가 자율적으로 실명제를 유지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2007년 7월 27일 시행 이후 만 5년 1개월 만에 본인확인제가 사실상 폐지된 것입니다.

 

 

 

해외 사이트는 이메일과 이름만으로도 가입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많습니다.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인터넷 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가 헌법에 위배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판결의 요지입니다.

 

일단 포털사이트측은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환영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인터넷 실명제는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다“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헌법제판소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은 사이버공간에서 침해받을 수 있는 개인의 인격권보다는 '표현의 자유'에 더 무게 중심을 두는 판결로 보입니다.

 

따라서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성이 보장된 채로 허위사실 유포나 악성 게시글 등에 의한 사생활 침해 논란이 급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던 언론들의 입장에서는 이만 저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헌재가 얘기했듯이 언론의 표현의 자유는 SNS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인터넷 사용의 장점인 것입니다.

 

그러나 실명제의 도입이 당연한 것이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많습니다. 또한, 포탈사이트나 기업사이트의 게시물이나 댓글 작성이 인터넷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예전과 다르게, 최근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인터넷 실명제의 효용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외국계 SNS는 실명 인증 없이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포탈의 게시물이나 언론사의 기사에 SNS로 댓글을 작성할 수 있는 기능이 더해지게 되면서 굳이 실명인증까지 하면서 특정 사이트에 가입할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 위헌판결은 민주사회의 잣대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헌법재판소도 지적하고 있듯이 민주주의사회에서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가지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시행으로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으며, 이 제도의 시행이 '개인정보보호'란 관점에서는 정보 유출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나아가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인터넷 실명제가 뿌리 내리려면, 인터넷 사용자 스스로 타인의 인격권을 존중하는 한도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자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대선을 앞두고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과 비방, 과장과 왜곡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정치권에서 포털의 폐해를 줄이고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건강한 여론형성 기능으로서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