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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자료/火나는 뉴스

독자의 신뢰- 언론의 존재 방식

                                   독자의 신뢰- 언론의 존재 방식

                             -적절하지 못한 지자체의 언론사 협찬 후원 예산 집행-


                                                                                              이주현(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은 절대적이라 할 수있다. 여론에 의해 권력이 만들어지는 민주주의 속성상 여론의 동향을 읽어내고 의제를 설정하는 일은 바로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이 바로 설 때 이 땅의 민주주의도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언론이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기반은 대중들의 신뢰이다. 그 신뢰를 잃게 되면 그 역할은 무의미 해지고, 역할이 없는 언론은 존재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들의 신뢰는 언론이 그 존재를 걸고 지켜야 할 생명과 같은 것이다.


  그 신뢰를 까먹는 일이 있다면 부적절한 수입구조이다. 난립한 언론사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광고시장의 위축은 이러한 부적절한 수입의 유혹을 받게 마련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신문사와 방송사도 자본이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수입은 속성상 야만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수익창출을 위한 경쟁구도 속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불감증과 가치의 왜곡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게 언론의 기본사명이라 할 때 이 둘의 만남은 그 자체가 부적절 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30일과 5월 6일, 오마이 뉴스와 지역주간지에 경기도와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의 홍보 광고비 관련 기사가 실렸다. 도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에서 최근 2년간 언론사 행사 협찬과 광고비 등으로 10억 여 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경기도에는 환경정책과와 대변인실 등 총 6개 부서를 통해 지난 2-3년 간 홍보비와 광고비로 120억 여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겉모양은 광고와 홍보비지만, 내용은 도민의 세금으로 언론사의 지면과 전파를 매수한 꼴이다. 뉴스로서의 가치판단이 여론이 아니라 자본이 된 셈이다.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언론의 속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하여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와 경기도의 입장은 공익적 내용을 담은 정책 홍보비용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연 그런가?


  아무리 공익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세금을 들여 기획기사를 쓰거나 방송을 하게 한 것은 어떤 면으로나 이해하기도 어렵고 적절한 모양새도 아니다. 일단 기사화 되어 지면과 전파를 타게 되면 그것은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사실과 진실로 다가오는 언론의 속성을 자본으로 매수한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서 언론의 기본 사명인 감시와 비판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아가 이번 정보공개는 지난해 12월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 청구를 통해 어렵사리 이루어져 세상에 알려졌다는데 문제가 있다. 도민의 세금 100억이 넘는 액수인데 떳떳하게 지출되었다면 못 밝힐 이유가 없는 일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분발하는 지역 언론사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바 아니다. 그러나 독자나 시청자들이 신뢰 보다 관의 협찬이나 후원을 통해 형성되는 관언유착의 모양새는 차라리 없는 이만 못하다. 나아가 언론의 존재 이유를 근원적으로 물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물론, 공익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관과 언론의 역할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후원과 협찬은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지지 못하고 친소관계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관행으로 새삼스런 일은 아니나 보도 듣도 못한 지역 언론사들이 난립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향후 시민단체와 언론전문가를 포함한 공정한 심의기구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지출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5월 23일 Kfm/99.9mhz, 라디오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