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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자료/火나는 뉴스

노짱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이주현/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정말 슬픕니다. 그리고 분합니다.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한 인간을 잃었다는 게 슬픔을 더 깊게 합니다.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던 당신, 그 바보가 좋아 도시락을 싸들고 모였고, 주머닛돈을 털어 길거리서 춤을 췄습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그런 상식적인 세상을 꿈꾸며 말입니다. 그러다가 노란 희망돼지들의 손놀림과 발걸음을 통해 당신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5년 동안, 정말 힘드셨을 겁니다. 오죽하면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했겠습니까? 그 소리에 개떼처럼 달려들어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수구 언론들, 그들은 5년 내내 노무현 정부 타도를 외치며 백주대낮 쿠데타를 선동해도 그냥 잠잠하시더군요. 그들은 지금 당신의 죽음을 보며 어떤 표정을 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픔도 있었습니다. 신자유주의 결정체인 한미FTA, 이라크 파병, 대연정, 국가보안법 폐지 실패 등. 그때마다 희망돼지들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고향으로 내려가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다시 당신의 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정말 그 곳에서 장군차를 가꾸고 오리쌀을 생산하며 사람 사는 세상을 가꿔나가시길 진심으로 기원했습니다.
그러던 중 뇌물사건이 터지더군요. 너무나 인간적이라 뇌물과 그냥 돈도 구별을 못하신 건가요?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이 나라는 돈 없으면 정치도, 대통령도 해서는 안 되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전과 14범이 되더라도 돈이 있어야 정치도 할 수 있고 대통령도 할 수 있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노짱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고향 땅에서 농사짓는 소원 하나 들어주지 못하고 죽음으로 몰아넣을 만큼 막강한 권력과 칼날을 휘두르는 검찰이 있는 한, 당신이 그토록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은 이루질 것입니다. 불쌍한 장자연이와 용산에서 불 타죽은 5명의 원혼도 풀어줄 겁니다. 그렇게 하라고 당신 바위 위에서 몸 던진 것 아닌가요? 당신은 역시 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인간, 노짱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분합니다.

* 이 칼럼은 5월 25일자 중부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