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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자료/火나는 뉴스

미디어법, 국민의 여론에 따라 처리해야

 

미디어법, 국민의 여론에 따라 처리해야

이주현(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결렬되었다. 지난 24일, 20차 회의를 통해 신방겸영을 2013년 이후에 풀겠다는 개정안을 내 놓았지만, 야당 측 위원이 불참한 여당만의 안일뿐이다. 애초 국민여론을 수렴하겠다며 출범시킨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합의문 하나 내놓지 못한 채 결렬 된 것은 이미 예견 된 일이었다. 합의할 의사 뿐 아니라  합의를 위한 전권이나 강력한 동기가 결여된 상태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결국, 직접적인 국민여론 수렴을 위해 여론조사가 제안되었지만, 한나라당 위원들의 강력한 반대로 채택되지 못하였다. 이에 야당추천 위원들의 제안만으로 여론조사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 결과 미디어법안의 표결처리에 대하여 반대가 58.1%, 찬성이 18%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그토록 여론조시를 반대한 이유를 알 수 있는 결과인 셈이다.


 국민의 여론 수렴이라는 직무를 부여받은 위원들이 여론조사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참 이해하기 어렵다. 표본추출과 질문방식 등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논란이라면 몰라도 여론 조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여론 조사를 반대한 한나라당의 주장은 늘 한결 같았다. ‘국회의원들도 잘 모르는 복잡한 미디어법을 국민들에게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는 점과 ‘사사건건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국회의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6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표결처리를 하겠다고 공언을 했다. 이에, 야당은 등원을 거부하며 표결을 통해 미디어법이 통과될 경우 의원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국회본회의장 점거농성으로 대치중이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어떤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한 것인지 국민들은 참 혼란스럽다. 이럴 경우 언론의 역할은 자명하다. 미디어법이 여야가 사생결단을 할 만큼 중요하고 급한 법안인지를 짚어줘야 한다. 그리고 여론조사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속내와 의원직 사퇴를 걸고 등원을 반대하고 있는 야당의 주장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줘야 했다. 미디어법으로 인해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무엇이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태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 의하면 야당의 무조건적인 등원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얼핏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들의 주장대로 ‘국회의원이 국회에 등원을 하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라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적어도 대한민국의 정치사에서는 어렵기 때문이다.
과반의석을 훨씬 웃도는 한나라당에서 표결처리라는 방식만을 주장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면, 야당의 존재를 무시하는 한나라당의 처사에 대하여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려는 민주당의 행태를 반민주적 행태로 단순화 할 수는 없다.


 미디어법 표결처리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과반을 훨씬 넘는 상황에서 소수야당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사실 상 등원 거부 외에 다른 방안이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표결을 통한 의회민주주의 원칙에 따를 것이냐, 대다수 국민여론을 따를 것이냐, 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조건부 등원을 고집하며 본회의장 앞에서 점거농성을 하는 야당의 모습도 문제이지만, 대다수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미디어법을 표결처리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강압적인 태도는 분명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도 국민의 여론까지 무시할 권한은 없다. 그것은 분명 권력 남용이다. 미디어법에 대한 국민 대다수가 반대를 국민의 무지함으로 돌리기 전에 미디어법을 자체를 폐기하는 것, 그것이 미디어국민위원회가 할 일이요, 국회가 할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민주주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원칙을 어겨가며 처리해야 할 법은 적어도 민주주의사회에선 존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