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경기민언련 운영위원)

 

요즈음 ‘대안’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사용되고 있다. 대안언론, 대안경제, 대안사회, 대안학교, 대안생활, 등이 그 사례들이며, 교육부터 먹을거리까지 적용되는 분야도 다양하다. 아마도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성찰과 새롭고 더 좋은 방식을 찾자는 열정이 녹아있는 개념일 것이다. 그러나 대안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그 정도는 깊이와 범위에 따라서 다르다. 작게나마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크게는 현 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사회․경제적 체제를 추구할 수도 있다. 또는 피폐해지고 파멸적인 생활을 청산하고 근본적인 삶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대안이라는 말을 짚어 보면서, 대안지식과 지역지식이라는 화두를 던져본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대안’이라는 개념도 그 정도나 분야가 다양한데, 여기에다가 ‘지식’이란 무엇이냐는 따분한 질문까지 보태지면 어떤 가시적 성과가 금방 나올 만한 주제는 아니다. 그런데 대안언론을 토론할 때 대항언론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비슷한 맥락에서 대안지식 대신에 대항지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경희대 사회학과 김종영 교수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항지식”이 구성됐다고 본다(1). 또한, 최근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삼성 백혈병 문제를 연구한 김 교수는 김희윤과 함께 쓴 논문에서 기존 보건지식과 삼성에 대항하여 현장중심의 참여적이고 실천적 지식이 전문가와 활동가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도 대항지식의 예이다 (2). 그러나 대항언론이라는 개념이 그렇듯이, 대항지식도 대안지식보다는 협소한 의미의 소지가 있다.

 

대안언론과 더불어 항상 거론되는 것이 지역언론인데, 이에 지역지식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지역’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이 생긴다. 지금까지 ‘지역’이라는 말은 지방이라는 말과 종종 혼용되면서 중앙에 반대되거나 중심에서 벗어난 공간을 지칭해왔다. 그러나 지역이라는 말이 이렇게 활용되면, ‘지역’은 대립적이고 주변적인 속성을 가진 개념으로만 사용될 수밖에 없다. 또 어느 정도 크기를 지역이라고 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즉 ‘대안’이나 ‘지식’과 마찬가지로 ‘지역’이라는 개념도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러한 개념정립의 문제를 제쳐놓고, 수원에서 대안지식이나 지역지식이 형성되는 예를 일단 제시해 보고자 한다. 그중 하나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지역운동이라는 주제로 수원에서 열린 ‘지역운동포럼in수원’이다. 독자 중 이 포럼에 관해 알고 있거나 직접 참여한 분들도 있을 테지만, 여기에서 그것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 포럼은 수원지역에 있는 단체 활동가와 시민에 의해 조직됐고, 다양한 지역 이슈들이 포럼에서 토론되었다. 2009년에는 촛불, 지방선거, 민주주의, 주민운동, 환경/지속가능성, 및 여성이, 2010년에는 연대, 지역미디어, 노동운동, 여성, 지방자치, 삼성, 및 학교와 민주주의가, 그리고 2011년에는 민주주의, 노동운동, 삼성, 반 빈곤운동, 주민운동, 대안경제, 시민교육, 이주노동자, 및 장애여성이 의제로 다루어졌다. 포럼을 통하여 지역적 사안에 대한 관심, 실천에 대한 열정, 그리고 참여적이고 연대적 행동이 참여자들 사이에 공유되고 표방되었다. 또한, 발제와 토론에 이론적이고 방법론적인 사유와 고민이 묻어 있으며, 그 속에 우리가 듣고 읽어서 알고 있는 이론가나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대부분의 참석자는 지금도 직․간접적으로 지역운동이나 대안운동에 관여하고 있다.

 

다만 지난 2년간 포럼은 열리지 않았고, 포럼에서 토론된 사회․정치․경제적 의제들은 수원지역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결론적으로 수원에서 지역지식과 대안지식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간에 형성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1)김종영. 2011. “대항지식의 구성: 미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운동에서의 전문가들의 혼성적 연대와 대항논리의 형성.”『한국사회학』45(1): 109-152.

 

(2)김종영․김희윤. 2013. “‘삼성백혈병’의 지식정치: 노동보건운동과 현장 중심의 과학.” 『한국사회학』47(2): 267-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