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뉴시스 경기남부팀장/경기민언련 정책위원)

 

지역 언론시장이 방대해 졌다. 없어졌다 생겼다하는 신문과 인터넷 신문들도 즐비하다.

DJ 정부 때였다. 언론의 불법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그 뒤 언론사 세무조사가 멈췄다. 그리고 ‘자유시장경제체제’에 맡기겠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10년이 훌쩍 지났다. 언론시장은 다양성과 함께 불법성도 늘었다.

지역에서는 더욱 심해졌다. 수 천여 개의 신문이 생겼지만 권력과 자본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신문을 찾아보기 어려워 졌다.

언론이 추구해야 할 공공성이나 공익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편집권과 경영권의 경계도 묘연해 졌다. 언론사 구성원들은 노동의 유연성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의 공기라던 언론은 자본과 권력에 종속됐다. 기사는 광고에 잘려 나갔다.

언론의 폭로주의적 가치는 평가절하 됐다. ‘탐사보도’도 사라졌다. 본질 없는 현상만이 뉴스가 되는 시대가 왔다.

 

지역에도 언론의 위기가 찾아왔다. 더욱 대안언론의 당위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 대안언론을 만들어야 할 지 의견이 분분하다.

설립 초기 자본의 문제와 대안언론의 방향성, 설립 이후 자생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 등에 따른 고민점이 많기 때문이다.

 

프랑스에는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르 몽드’가 있다.

‘르 몽드(Le Monde 세계)’는 1944년 창간 당시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은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라고 자신들의 신념을 표현했다.

1985년 7월10일 그린피스의 '레인보우워리어(Rainbow Warrior)호 폭파사건'이 발생했다.

‘르 몽드’는 같은 해 8월14일 1면을 통해 이 사건이 프랑스 정보기관 ‘DGSE(Direction Générale de la Sécurité Extérieure)’의 소행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20년 뒤 ‘르 몽드’는 2005년 7월10일 프랑스의 정보기관 ‘DGSE’의 수장이었던 아당 삐에르 라코스트가 쓴 23쪽짜리 문건을 발췌해 보도했다. 이 문건에서 라코스테는 미테랑이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해있던 ‘레인보우 워리어’의 폭파를 승인했다고 적고 있다.

‘르 몽드’는 그들의 창간 신념을 권력의 부정을 끈질기게 추적해 폭로했다.

독일에는 1946년 창간한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있다.

‘슈피겔(Der Spiegel 거울)’은 국가의 권력 남용과 은폐된 비리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폭로하는 ‘탐사보도’로 유명하다.

탐사보도는 시사주간지의 콘텐츠가 신문, 방송과 차별화될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이다.

‘슈피겔’은 그런 점을 살렸다. 깊이 있고 심도 있는 폭로 저널리즘을 표방했다. 그리고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르 몽드’와 ‘슈피겔’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구조다. 수익구조와 편집권 독립의 구조가 그것이다.

‘르 몽드’와 ‘슈피겔’의 수익구조는 광고보다 판매에 비중을 두고 있다. 소유에도 비슷한 점이 있다. 기자들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르 몽드’ 기자들은 입사 6개월이 지나면 주식을 소유한다. ‘르 몽드’ 회장은 사내 감사위원회가 선출한다. 하지만 편집진들이 선출한 위원들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편집국장은 회장이 임명하지만 편집국과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편집권의 독립을 지킬 수 있다.

‘슈피겔’의 창업자인 아우그슈타인은 지난 1974년 자신이 소유한 회사 주식 50%를 사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슈피겔’의 소유지분의 50%는 종업원지주조합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편집결정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함부르크에 있는 슈피겔 사옥과 슈피겔 잡지 표지>

 

지역사회에서 대안언론의 출발점은 무엇일까. 대부분 대안언론을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리고 소규모 자본으로 출발해 탄탄한 구조를 만들자고 한다.

하지만 좋은 생각만으로 자생적인 구조를 만드는 게 가능할까. 자본과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감시하는 일이 좋은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안언론은 독자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독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승부해야 한다. 단순한 생각보다 끊임없는 실천력을 담보한 구성원들을 찾아야 한다. 그것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탐사보도’와 ‘폭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실천으로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지역에 대안언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자는 얘기도 있고, 시민주주로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그에 앞서 ‘르 몽드’와 ‘슈피겔’의 기자들과 구성원들이 지향하고 실천하는 방향과 내용이 부러워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