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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언론에 시비걸다

혁신교육 관점에서 본 수능의 대입 자격고사 전환

엄민용(전교조 조합원)

이 글은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나온 교육시선1호에 실린 글입니다. 

 

 

※ 핵심어 : 도돌이표 개혁, 변별력, 서열화, 대입 자격고사

 

 

1. 우리나라 대입 체제의 특징

 

○ 우리나라의 대입 정책은 해방 이후 무려 16번이나 대수술을 거쳤음. 주요한 변화와 그 특징은 다음과 같음.



<표 1> 우리나라 대입 정책의 변화

년도

주요 변화

년도

주요변화

1945

대학별 단독 고사

1994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 도입

1962

대학입학 자격고사 도입

1995

본고사 폐지

1964

대학별 단독고사

2002

대학입시에서 대입전형 개념 도입, 특별전형과 무시험전형, 수시전형 도입

1969

대학입학 예비고사와

본고사 병행

2008

수능 9등급제 도입과 내신 강화

1973

대입예비고사와 본고사, 내신 성적 병행

2014

수준별 수능 도입

1981

대학별 본고사 폐지와 내신제도 강화

2017

대입전형 간소화


 

○ 첫째, 우리나라의 대입 제도는 도돌이표 개혁임. 대학의 ‘선발 자율’과 국가의 ‘입시 체제 관리’라는 두 가지 방식이 반복됨. 그 이유는 특정 제도에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임. 예컨대, 초기 대입 체제는 대학의 자율 선발 방식을 채택했으나 그 과정에서 부정 입학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관리형 대입 체제가 만들어졌음. 이처럼 특정 대입제도를 적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대입 제도를 만들어 왔음. 입시 제도가 상당히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입시에 관한 주도권을 국가에게 줄 것인가와 대학에 줄 것인가의 문제로 압축됨. 공정한 대입 제도를 위한 국가 관리 시스템과 학생 선발의 자율성을 위한 대학 관리 시스템의 긴장 구조가 반복되고 있음. 이러한 긴장 구조에서 탈피하여 공교육 정상화의 관점에서 구성된 대입 제도 논의가 시급한 실정임.

 

○ 둘째,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입시 정책에 관한 개혁 내지는 수정이 이루어졌음. 전두환 정권은 본고사 폐지를, 참여정부에서는 수능 9등급제를, 이명박 정부에서는 선택형 수능 제도와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추진했음.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입제도 간소화와 국사 수능 필수화를 추진하고 있음. 대체적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임 정부 체제 하에 있었던 대입 체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새로운 대입안을 제시하는 흐름이 반복됨. 이러한 모습은 각 정권의 정책 관계자들이 대입에 대한 체계적․장기적인 설계를 하기보다는 땜질 처방식 내지는 대증요법식 제도 개혁을 추진했다는 비판의 근거가 됨.

 

○ 셋째, 입학 전형이 다양화․복잡화되고 있음. 예비고사와 본고사, 학력고사 등의 방식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치뤘던 입시 방식에 변화가 나타났음. 과거에는 ‘입시’라는 용어를 썼으나 최근에는 ‘전형’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음. 시험 요소 외에 다른 요소를 포괄적으로 보고 학생을 선발하는 흐름이 나타남.

 

○ 넷째, 입시 제도의 풍선 효과가 존재함. 조선시대에 과거 시험 방식을 둘러싼 훈구파와 사림파 간 갈등이 존재했듯이 대입 제도를 둘러싼 계층 간, 고교 간, 이념 간 갈등이 존재함. 절대평가제와 상대평가제, 비교내신제 적용, 본고사형 논술 실시,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 등에 따라 일반계와 특목고, 강남과 강북, 수도권과 지방 학생의 유불리가 달라짐. 이는 대입 경쟁이 단순히 개인 간 경쟁이라기보다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과 계층의 경쟁 속성이 강함을 시사함. 이는 모두를 만족해할 수 있는 대입제도는 불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정책 결정자들의 가치 판단이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함.

 

 

2. 해외 대학 입시 제도의 특징과 시사점

 

○ 영국, 프랑스, 독일의 경우 대입자격고사 시험에 합격해야 대학 진학이 가능함. 영국의 A-Level 시험은 자격고사와 등급제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 프랑스 같으면 입시 경쟁이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노동시장과 대학체제 개편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임. 동시에 바칼로레아의 출제와 채점을 고교 교사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매우 높음.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수능과 같은 SAT 시험을 보지만 대체로 고등학교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을 더 중시함.



<표 2> 해외 대입제도 특징

국가

전형 주요 요소

시사점

미국

• 고등학교 GPA 석차, SAT, ACT와 같은 표준화 시험 점수, 고교 교육과정 이수 내역, AP 과목 이수 여부와 성적, 등급, 추천서와 에세이 등 입학사정관이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발함.

 

•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함.

• 입학사정관이 중요한 역할을 함.

• 교과영역뿐만 아니라 비교과영역을 중시함. 이는 SAT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 않음을 의미함.

영국

• 자격시험 점수(A-level)와 학교 학업성취도를 포함한 담임소견서, 면접, 자기소개서 등이 중요한 전형 요소임.

• 중학교 졸업시험 GCSE에서 A부터 G등급에서 C이상 받은 과목이 5과목 이상이어야 함.

•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A-level 시험을 치룸. A-Level 시험은 AS과정과 A2로 나눠짐, 각 단계별로 자격증이 주어지며 유효기간은 2년임. 논술형으로 A-Level 시험이 구성됨.

• UCAS라는 기구에서 입시관련 행정업무를 통합적으로 함.

• 대학의 자율성이 큰 편임.

• C등급 수준에서 대학 입학자격을 부여하고 있고 등급제로 실시함. 대학입학자격과 등급제 결합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줌.

• 80개 과목 중 대학입시에 필요한 과목 3가지만 들으면 되기 때문에 교육과정 파행이 일어나지 않음. 모집단위 특성이 반영된 대입의 교과 선택권 보장이 필요함

랑스

• 바칼로레아 성적(합격 여부)와 고교 내신 성적이 주요 전형 요소임. 고교 내신에서 고교 간 학력격차는 고려하지 않음.

• 졸업시험과 대학입학자격고사의 성격을 지닌 바칼로레아에 합격하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이 진학 가능함.

• 시험의 출제와 관리, 채점 등은 고등학교 최종학년 담임교사가 맡음.

• 바칼로레아 시험은 논술과 구술 면접을 함께 봄. 필기시험 이후 구술 면접을 보게 됨.

• 선발 과정을 거치는 엘리트 코스인 그랑제꼴에서는 바칼로레아 성적이 중요함.

• 바칼로레아는 주관식 평가와 절대평가제임.

• 입시경쟁이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음. 대학 체제 개편과 대입 전형이 맞물려 있음.

• 고교와 대입 연계가 중요함.

• 고교 교사의 위상이 높고, 사회적 신뢰가 높음.


* 김미란(2010)과 백종억(2002)에서 재구성


 

3. 우리나라 대입 전형 요소의 장단점 분석

 

○ 대입 전형 요소는 크게 학생부(교과와 비교과)와 수능 점수, 논술, 입학사정관제(서류전형과 심층면담), 실기 등으로 구성됨. 우리나라 입시는 변별력과 객관성의 가치를 핵심으로 삼음. 수능은 변별력과 객관성의 아이콘임. 동시에 수능은 대학의 서열화 체제를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됨. 선발 비용을 국가와 개인이 지불하기 때문에 대학의 부담은 적음. 소위 상위권 대학에서는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을 대폭 줄이고 수능의 실질 비율을 높이는 경향이 있음. 심지어 수시전형이나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도 거의 정시와 다를 바 없는 수능 최저 등급을 요구함. 이러한 흐름은 고교 교육과정의 수능 종속화 현상을 만들어냄. 이런 맥락에서 수능의 비중을 줄이고 질 높은 내신 체제 구축을 통한 새로운 대입 제도를 모색해야 함.



<표 3> 대입 전형 요소의 개선 방안

전형

요소

장점

문제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개선방안

학교생활기록부

(내신)

• 공교육 정상화 기여

• 일반계고, 소외된 지역, 비평준화 하위권 학교 학생들에게 유리

 

 

 

• 고교 간 학력 격차

• 내신의 신뢰성 저하

 

 

 

 

 

• 지필평가와 수행 평가 영역을 분리하여 생활기록부 기록

•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 영역의 일관된 혁신 흐름 구성

• 교사별 평가와 과정 중심의 평가 활성화

• 모집단위별 특성화 전형 강화

수능

• 공신력과 변별력 있는 평가 도구

• 학생들의 학력 수준에 대한 대략적인 평가가 어느 정도 가능

 

• 문제풀이식 수업

• 표준화 내지는 문제 패턴화에 따른 사교육 대비 용이

 

 

 

• 수능 등급제 내지는 자격고사화 실시

• 과도하게 어려운 현행 수리 시험의 출제 범위를 축소하고, 난도 낮추기

• 모집단위별 특성화 전형 강화

논술

• 창의지성교육과 독서 교육 강화에 도움

• 논서술형 평가 강화의 근거가 될 수 있음.지필평가의 한계 극복 가능

 

•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난 문제 출제 경향

• 공교육 대비가 어려워 사교육 유발

 

 

• 단위학교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강화하고, 관련 포트폴리오에 대한 심층 검토

• 에세이형 글쓰기나 찬반형 글쓰기 작성

• 수능2 도입(국가에서 계열별로 논술 시험 일괄 실시)

입학사정관제

• 정량요소뿐만 아니라 정성요소를 고려함으로써 학생의 잠재 가능성과 대학 인재상 형성에 유리

• 비교과 활동을 고려함으로써 공교육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 존재

• 기존의 점수 위주의 선발 관행과 문화에 변화 유발

• 부모의 경제 자본 내지는 문화 자본이 있는 학생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음

• 보이지 않는 고교 등급제 적용 가능성

• 공정성과 객관성 시비

 

 

 

 

 

 

• 학교 밖 스펙을 전형으로 활용하는 것 금지

• 교과 활동에 관한 정성 요소 강화

• 고교등급제 실시한 경우 과감한 대학 규제 실시(예: 정원 감축)

 

 

 

 

 




 

4. 혁신교육 관점에서 본 수능의 대입 자격고사화

 

○ 이제는 진통제 중심의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수술대 위로 대입제도를 올려놓아야 함. 그런 점에서 수능의 대입 자격시험 전환을 검토해야 함. 수능의 대입 자격고사화를 주장하는 흐름은 크게 세 가지임.



<표 4> 수능 대입 자격고사화


입장

구현 방식

의도

장점

단점

[입장 1]

대입 자율성 보장

예비고사

+

본고사

• 대학의 선발 자율권 중요

 

 

• 학생 학력 관리 용이

 

 

• 본고사로 인한 폐혜 발생

• 고교 교육 파행 우려

[입장 2]

대학 체제 개편

수능

자격고사화

+

국공립대 네트워크

(교양대학안)

• 수능 자격고사화에 통과한 학생을 대상으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선발

• 통합 전형과 공동학위제 실시

• 학생의 학습 부담 경감

• 대학서열화 현상 완화

 

• 기득권 저항에 의해 대학개편이 쉽지 않음.

• 인기학과에 들어가기 위한 대학 1-2학년 경쟁 심화 가능성

[입장 3]

공교육 강화

수능

자격고사화

+

학생부

중심 전형

• 학생부 중심으로 선발을 하되 수능자격고사화를 통한 내신의 한계 극복

 

 

 

 

 

• 고교와 대입 연계 강화로 인해 공교육 혁신 가능

• 교사와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기획력 증대

• 과정중심평가가 강화되면 사교육 억제 가능

• 대학별 고사 실시 등 저항 예상

• 고교 간 학력격차 우려 제기

 

 

 

 



 

○ [입장 1]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주장함. 이는 기존의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결합한 방식을 의미함.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게 되면 마땅한 변별의 도구가 없어지게 됨. 결국 대학은 자체 선발 시험을 고수하게 될 것임. 소위 명문대학교는 자체 선발 시험을 유지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학교는 자격고사 결과와 내신 중심의 선발을 할 가능성이 높음.

 

○ [입장 2]는 대학의 자율성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서열화 된 대학 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짐. 기존의 학벌 체계를 흔들기 위해서는 우선 줄세우기에 용이한 표준화 평가 체계를 없애야 함.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공동 선발, 학점 개방, 공동학위를 강조함. 공동 선발 방식의 핵심 도구는 수능자격고사가 됨. 자격고사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추첨형 선발이나 내신 성적 결합을 통한 선발이 유력함.

 

○ [입장 3]은 기존의 수능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공교육의 질서를 강화하자는 의도가 있음. 교육의 합목적성과 타당성의 측면에서 보면 3년간 학생을 관찰하여 진행한 내신 제도가 수능의 일회성 평가에 비해 훨씬 바람직함. 동시에 교과 성적과 비교과 성적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교육과정을 통해 나타난 학생의 특성을 질적으로 잘 기록한다면 그것이 평가의 본질에 부합됨. 과정 중심의 평가가 결합된다면 사교육이 따라붙기 힘들어짐. 이런 맥락에서 수능의 아류작에 불과한 내신이 아닌 질 높은 내신 체계를 만들어야할 과제를 공교육은 안고 있음.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서열화 목적에서 피드백 목적의 내신으로 패러다임을 구축해야함.

 

○ 그러나 고교 간 학력 격차가 상당히 심한 상황이고, 아직 내신에 대한 대학과 사회의 신뢰성이 낮은 현실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내신 체제를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면서 내신이 갖는 한계를 보정해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함. 예컨대, 시골의 어느 학생이 내신 1등급이지만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기본 학력에 못 미칠 수도 있음. 하지만 대입자격고사에 합격한 학생이라면 기본 학력에 대한 인증을 마친 셈이기 때문에 내신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갖는 어려움을 보정할 수 있음.

 

○ [입장 2]와 [입장 3]은 난제를 안고 있음. 대학 서열화 내지는 학벌 체제 해소를 목적으로 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기득권층의 강력한 저항에 봉착할 가능성이 큼. [입장 3] 역시 추진이 쉽지 않음. 참여정부 시절, 수능을 애초에는 5등급으로 개편하려고 했으나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9등급으로 개편했음. 그러나 수능 9등급제에 대해서도 각 대학교는 변별력을 문제 삼아 별도의 대학별 고사를 채택한 바 있음.

 

○ 결국 학벌체제 해소에 동의를 하고 이를 해체하기 위한 대학체제 개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라든지 변별력, 공정성, 객관성의 가치에 입각하여 입학전형을 바라보는 국민 의식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능의 자격고사화는 쉽지 않음. 무엇보다 여전히 수능에 의존한 점수 중심의 선발 철학을 각 대학교이 고수한다면 그들은 수능의 자격고사화가 추진된다고 해도 별도의 자체 선발 고사를 치룰 가능성이 높음.

 

○ 시간은 갈수록 공교육에 유리한 형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됨. 우선 학령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대학교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음. 학생들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은 대학 구조 개편을 가속화할 수 있음. 여기에 반값 등록금 등이 가시화되면 대학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음. 이는 곧 대학의 특성화 전략을 견인할 수 있고,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권역별 대학 특성화의 촉진제로 사용될 수 있음. 두 번째는 변별력 중심의 선발 관행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임. 입학사정관제로 인해 정성 평가 요소가 강화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1-2점 점수 경쟁이 무의미할 수 있다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음.

 

○ 세 번째는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내신의 질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임. 혁신학교의 핵심은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의 혁신임. 기존의 생활기록부가 교육과정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에 대해서 좋은 글을 무조건 많이 써주는 부풀리기 관행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교육과정을 통해서 드러난 학생의 역량을 생활기록부에 많이 기록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음. 네 번째는 수시 모집에서 수능 최저 등급 폐지 내지는 완화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음. 실제 각 대학교에서는 고등학교 시절의 내신 성적이나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들어온 학생들의 대학 학업 성적의 예측력과 적용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음(이경희, 2010; 우정민․정다운, 2012). 이는 점수 위주의 선발 관행으로부터 각 대학이 벗어날 때 오히려 더욱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함. 기존의 학벌 채용 관행에서 기업들이 탈피하고 역량 중심의 면접이 강화되는 흐름이 나타난다면 대학 역시 점수 위주의 선발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음.

 

○ 혁신학교의 경우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비해 고등학교 모델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 가장 큰 이유는 입시와 교육 내용의 충돌 때문임. 최근 들어 야간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많이 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고 교육과정, 수업, 평가 혁신을 통한 학생들의 ‘스토리 만들기’가 효율적인 입시 전략이라는 점을 일선학교에서는 깨닫기 시작했음. 입학사정관 제도는 동아리 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특화된 선택교과 개설 등을 활성화시키고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위권 대학들은 여전히 수능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려는 경향이 강함. 그런데 만약 수능이 자격고사화 되고 내신의 과정 평가가 강화된다면 학교는 교육과정 혁신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높음. 이는 문제풀이에 종속된 경쟁이 아닌 교육과정의 다양화․특성화를 추구하는 건강한 경쟁이 고교 내에서 만들어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혁신학교 운동이 대입에 불리하다는 학부모 등의 우려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임.

 

○ 우선 수시모집이나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수능 최저 등급을 과감하게 폐지해야함. 경과조치로 수능 5등급 또는 9등급제를 실시하면서 일정 기간 이후 수능 자격고사화를 추진해야 함. 동시에 교육과정 혁신을 바탕으로 한 질 높은 내신 체제 구축에 공교육 주체들은 총력을 기울여야 함.

 

참고 문헌

 

권오현 외(2011), '고교교육과 대학입학연계방안에 대한 연구, 교육과학기술부.

김미란(2010), “외국의 대입제도”, KEDI Position Paper, 7(9). 1-37.

백종억(2002), '주요국의 교육행정제도와 교육개혁 동향, 교육과학사.

이경희(2010), “고교성적, 수능성적, 대학학업성취도분석을 통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고찰”,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10(3), 313-342.

이윤미 외(2012), '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서울시립대 입학제도 개선 방안 연구'.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우정민․정다운(2012), “입학전형요소와 학업성취도 관계분석을 통한 대학입학사정관제도 실효성 고찰”, 입학전형연구 1권, 153-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