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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자료/火나는 뉴스

청소년 자살, 언론의 책임은?

<사진출처 : 한겨레>


청소년 자살, 언론의 책임은?
                                                                       
이주현(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최근 10대 학생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성적 부진과 부모 꾸중을 이유로 17살 최모 양(S고 2년)이 투신자살했습니다. 한 달 전에는 양주시 덕계동 한 아파트에서 학습 일과를 힘들어하던 고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 8일에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학교 건물에서 투신자살을 했습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자살이 경기도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일입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자살 확산을 막기 위해 각 학교에서는 ‘생명존중을 위한 안내’ 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냈습니다. 교육청에서는 자살 예방교육과 개별상담활동을 학생에 대한 중점 생활지도 방안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있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 자살의 원인과 특징, 세심한 주의만을 나열했을 뿐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비껴갔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청소년의 자살은 예방교육과 가정통신문으로 해결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나약한 의지나 생명에 대한 경외심 부족 보다는 보다 근원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꿈 많은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근원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그 꿈을 빼앗는 교육 현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교육이란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시켜 주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각자가 지닌 가능성을 찾아주고 그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청소년들이 몸담고 있는 학교의 교육 현실은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무한경쟁의 입시학원으로 변질된 지 오래입니다. 그 결과 수도권 지역의 중고교생 가운데 반 이상은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으며, 10명 중 한 명은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 이러한 현상은 고등학교에서 심하게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중학생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른바 특목고, 자사고 열풍으로 인하여 중학교 때부터 입시전쟁을 치르기 때문입니다.

  MB 정부의 교육정책인 자율화와 분권화는 그러한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10월에 치러진 일제고사의 부활과 지난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자료 공개는 숱한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집행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현직 교사가 파면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교사의 안내에 따라 체험 학습을 떠났던 학생들은 무단결석 처리되는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수능자료는 우려했던 대로 학교서열화와 입시경쟁 심화, 평준화체제에 대한 흔들기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국단위의 '줄 세우기', '특정지역 낙인찍기' 같은 부작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지역 간 학력격차가 수치화 되는 순간 학생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과 도구가 될 뿐입니다. 어차피 모두가 일등을 할 수는 없는 처지에서, 수치로 학생들과 학교를 서열화하는 것은 야만이며 폭력입니다. 그 폭력으로 우리 청소년들은 마음과 육신 모두 피멍이 들고 있습니다.

 자율경쟁이라는 허울과 그 문제점을 살피는 몫은 언론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숱한 문제점은 간과한 채, 지역과 계층 간 점수 차이만을 부각시키며 수치화된 학력을 단순하게 보도한 점은 참으로 유감입니다. 이러한 언론의 역할은 특목고와 자사고 유치를 통해 지역의 평판을 높여 업적을 과시하려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탐욕스런 욕구를 부추길 따름입니다. 

(경기방송 KFM/99.9mhz 4/26 라디오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