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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자료/火나는 뉴스

목요칼럼'시민단체의 허울'에 대한 유감


 

칼럼 ‘시민단체의 허울’에 대한 유감

이주현(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얼마 전, 지역 일간지 주필이 쓴 칼럼 "시민단체의 허울"로 인하여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수사 중이던 서울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의 비리를 근거로 시민단체의 실상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내용의 사실 여부도 중요하지만, 칼럼에 나타난 시민단체에 대한 악의적인 표현들과 왜곡된 시각으로 인하여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급기야 경기지역의 시민단체연대회의 명의로 성명서가 나가게 되었고 신문사 항의 방문도 이루어졌습니다.


  공동성명서에는 시민단체의 성격을 왜곡한 점과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의거 합법적으로 받는 지원에 대한 왜곡, 그리고 “병해충, 건달, 사이비”등 비속어를 통해 활동가들을 비판한 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였습니다.


  시민단체의 존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민주주의 의식이 성숙되어있는 국가일수록 시민단체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권력의 속성상 권위적인 정부에 의한 공적업무의 일방적인 수행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사회단체, 시민단체 등 다양한 민간 조직 구성원들로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통한 공적업무의 역할분담이 요청되는 데 이를 가리켜 거버넌스(governance)라고 합니다. 이는 정부의 의미의 변화 일 뿐 아니라 공적인 업무의 수행방법의 변화를 뜻합니다. 즉 전통적인 통치 방법인 하향적이고 집권적인 조향에서, 사회의 자기조향능력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이동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거버넌스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바로 시민단체입니다. 그리하여 정부에서도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마련하여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정부의 지원 없이 순수한 자원봉사와 비용충당으로 운영하면 더없이 좋을 테고, 또 그리하는 단체도 많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원 여부가 아니라 그 단체가 지향하는 바를 어떻게 수행해 나가느냐가 문제일 것입니다.


  논란이 된 모 지역일간지 주필이 쓴 “시민단체의 허울”이라는 칼럼은 그런 시민단체의 실상과 중요성을 간과한 채, 일부 시민단체의 비리를 갖고 이를 일반화시키거나 폄훼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판의 성역이 있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비판과 감시’라는 기본적인 역할을 위임받은 언론에서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나 표현이 허술하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저속하기 까지 한 점이 양심적인 시민단체의 심기를 건드린 셈입니다.


  시민단체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운영비 전체를 지원을 받는 관변단체가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일반 시민단체가 있습니다. 자체비용으로 운영하는 일반 시민단체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간혹 지원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엄격함 심사를 통과한 사업과 그 비용의 절반을 지원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사업비 지원도 엄격한 사후관리와 감사를 통해 사업비의 전용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있습니다. 그러한 양심적인 시민단체의 활동가 들 중에는 정계에 진출을 하거나 관직에 발탁이 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만 그것은 서울지역의 단체 가운데 아주 적은 수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본업이 아닌 겸업 형태의 위원 직책으로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오히려 대다수의 양심적인 시민단체는 운영의 어려움을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활동비를 줄여서 지탱하는 형편입니다. 이를 수치화 하라면 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먹고사는 것은 돈이 아니라 ‘역사와 발전과 의식의 진전’이라는 시대정신이요,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보람,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그 일을 놓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신을 양심적인 시민단체 회원이거나 활동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있어 ‘시민단체의 허울’이라는 칼럼은 한 주필의 주장을 떠나 언어폭력이며 주제넘은 행위입니다.


  언론은 신뢰를 근거로 존재합니다. 신뢰를 잃게 되면 언론은 언론으로서 근거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그 신뢰는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틀에서 검증된 언어와 절제된 표현이 사용될 때 생기는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시민단체와 활동가를 ‘건달’이나 ‘병해충’으로 표현한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용서하기도 어렵습니다.
(경기방송/99.9mhz 2008년 11월 16일 아침 8시 20분 방송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