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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자료/火나는 뉴스

베를루스코니는 한 사람으로 족합니다!

베를루스코니는 한 사람으로 충분합니다!

이주현(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72)를 아십니까?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5월에 취임한 이탈리아의 총리입니다. 그는 이번에 3번째로 총리에 취임을 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입니다. 지난 1975년과 78년, 연이어 총리로 취임을 한 적이 있고, 이번에 도합 3번째 총리로 취임을 한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정치인이라 할지라도, 3번의 총리를 역임한다는 것은 후진국이나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선진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더구나 베를루스코니의 이력을 보면 더더욱 그런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제일의 부자입니다. 그의 자산은 1960년대부터 축척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돈세탁과 탈세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1996년에는 전직총리의 신분으로는 “마피아 자원 의혹”을 받고, 불구속 기소가 되기도 했고, 1998년에는 2년 9개월의 징역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이 구단주로 되어있는 AC밀란의 승부조작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의 부도덕함 못지않게 그의 사상이나 정치이력도 미천하기 그지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원흉인 독재자 무솔리니를 ‘이탈리아 최고의 덕장’으로 추켜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을 ‘이탈리아의 그리스도’라고 추켜세우는 정신병적 증상까지 보이는 망상가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21세기 선진국이라 일컫는 나라의 최고 실력자로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그가 정치를 잘하고 못하고의 차원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원칙에는 맞을 수 있지만, 가치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정치인의 과거와 전력에 관대한 우리나라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럼, 어떻게 그가 그런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포르노 산업까지 손을 뻗쳐 이탈리아 최고의 부자가 된 그가 최고의 권력가지 거머쥘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언론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이탈리아의 독특한 정치지형과 정서가 그 배경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공중파방송의 90%를 장악한 미디어 재벌이라는 점은, 충분한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이런 점에서 언론이 묵인했거나 동조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경우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권력과 언론 그리고 자본까지 거머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과연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요? 있다면 그런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신일 것입니다. 자본과 권력의 결탁은 부패를 나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습니다. 더구나 그것을 비판하고 감시할 언론까지 한 몸통이 된다면, 그것은 재앙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재앙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4일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보면, 신문, 통신사와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의 20%,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은 49%까지의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법대로라면 삼성과 현대 에스케이등 대기업이나 조선, 중앙, 동아 일보와 같은 신문재벌들도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방송법은 미디어 공공성 실현이라는 대의를 위해 대기업이나 신문은 지상파 방송이나 PP채널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해, 헌법재판소에서도 합헌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제, 자본 권력이 자본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까지 장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전직 대통령의 말이 아니더라도, 권력화 된 자본의 위력에 대한민국이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허울로, 자본과 언론이 결탁할 길을 열어 준 셈입니다. 언론은 단순한 산업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각과 정서를 지배하고 나아가 가치를 형성하는 공익성이 강조되는 특별한 영역이기에 독립된 영역으로 그 위상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지난 대선 때 조선일보 등 재벌신문들이 특정 당과 후보를 지지한 사실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가 이번 방송법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자본과 언론의 결탁, 그리고 여론 독점이 가시화 되는 방송법 개정은 안 됩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인 한 사람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2008/12/14, 99.9mhz KFm, 아침 8시 20분 '라디오 칼럼' 방송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