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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자료/火나는 뉴스

김대중 칼럼과 김석기 유임론

최준영 경기민언련 운영위원


연 휴 직후 국민의 눈과 귀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와 관련한 청와대의 기류에 쏠려 있다. 그와 관련 오늘자(28일) 각 신문의 기사들을 종합해 보면 연휴 기간 청와대가 고심을 거듭했지만 결국은 김 청장 내정을 밀어붙일 태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비교적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김 청장 거취와 관련 자체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대신 ‘이것도 저것도 아닌, 논조가 불분명한’ 연합뉴스의 해설기사를 인용하는 것으로 일단은 한발 물러서 있다. 단, 중앙일보가 ‘김석기 카드’가 ‘2월 입법전쟁’과 관련한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정도로 둘의 상관성을 언급하고 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CBS(노컷뉴스)는 비교적 구체적인 논조로 청와대의 기류를 전하고 있다. ‘김 청장 거취와 관련 청와대가 고심하고 있으나 대체로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놓은 것.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김 청장 거취와 관련, 보수언론은 비교적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반면 ‘한겨레’와 ‘경향’ 등은 청와대의 분위기가 유임 쪽으로 흐르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그 러나 오늘자 신문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칼럼이 하나있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기명칼럼 ‘좌파와의 전쟁’이 그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선동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데다 ‘정적까지 포용하되, 좌파와의 일전을 선언하고 대통령직을 급진적으로 수행해야’한다는 부제는 유연해 보이면서도 더욱 급진적이다.


칼럼은 먼저 현재의 상황을 이렇게 정리한다.


“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거기에 답이 있다. 이 대통령의 장애물은, 하나는 인사(人事)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좌파의 문제다. '인사'가 용인술(用人術)에 관한 자기자신의 문제라면 '좌파'는 자신이 싸우고 다스려야 할 객관적 상황이다.”


이어 본격적으로 주문을 넣는다.


“이 대통령이 이런 환경('좌파'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물고 늘어지는 상황, 칼럼 앞 단락에서 인용) 에서 해야 할 일은 포퓰리즘에 구애되지 말고 소신대로 직선으로 결연하게 가는 것이다. 공연히 좌파도 끌어안고, 경제도 살리고, 안보도 키우는 식의 '만능 지도자'를 자처할 것이 아니다. 대선 때 '좌파 10년'을 겪은 국민이 무엇을 그에게 요구했으며, 그가 국민에게 무엇을 약속했는가의 초심으로 되돌아가 한 가지라도 분명히 이뤄내야 한다.”


대 통령 앞에 놓인 장애물로 ‘인사’의 문제를 거론한 것은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그건 미끼에 불과하다. 정작 김 고문이 하고 싶은 말은 두 번째 장애물, 즉 ‘좌파’로 인해 작금의 모든 문제가 야기됐다는 것이다. 해법이라 내놓은 것도 빤한 얘기다. 말 그대로 ‘좌파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소신대로 직선으로 결연하게 (나)가라’는 것이다.


선동을 위한 선전지가 아닌 유력(?)신문사 고문의 기명칼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글이다. 아니, 역시 김대중 고문다운 글이기도 하다. 좌파와의 ‘전쟁’이니 ‘직선’이니 하는 표현을 접하는 심정은 당황스럽고 참혹하다. 과연 어느 나라의 언론인이 대통령을 향해 자국 국민들과의 ‘전쟁’에 나서라는 주문을 넣고, 고뇌할 것 없이 ‘직선’으로 밀어붙이라는 식의 선동을 한단 말인가.


김 대중 칼럼을 읽은 뒤 - 그의 글이 보수진영에 끼치는 파급력과 영향력을 생각하면서 - 문득 드는 생각은, 연휴 기간 청와대가 ‘김석기 카드’를 만지작만지작하기만 했을 뿐 기실은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는 한겨레와 경향의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래서 걱정이고, 그래서 더 분노할 수밖에 없다. 저쪽은 이미 작금의 정국을 - 특히나 용산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참회와 사죄를 하기는커녕 -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